블로그를 직접 굴려보면 글쓰기보다 그 앞뒤의 반복 노동이 더 지친다. 카테고리를 확인하고, 태그를 정리하고, 발행 뒤 SEO 점수를 하나씩 들여다보고, 캐시를 비우는 일들. 나는 이 잡일을 워드프레스 MCP로 하나씩 지워왔는데, 지우는 강도가 도구의 성숙도에 정확히 비례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MCP가 없을 때와 기성 MCP를 붙였을 때, 그리고 내가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어 붙였을 때 — 사람이 손댈 일은 이 3단계를 지나며 획기적으로 줄었다.
이 글은 그 3단계를 실제 작업 기록으로 정리한 것이다. MCP가 무엇인지 개념만 훑는 글이 아니라, 같은 블로그를 같은 사람이 운영하면서 도구만 바꿨을 때 “사람이 개입하는 지점”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단계별로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단계에서 워드프레스가 코드로 나만의 도구까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판을 바꿨다.
워드프레스 MCP란 무엇인가
MCP(Model Context Protocol)는 AI가 외부 시스템을 도구처럼 호출하도록 연결하는 규약이다. 워드프레스 MCP는 이 규약으로 AI가 내 워드프레스 사이트의 글·카테고리·태그·SEO 메타를 직접 읽고 쓰게 만드는 연결을 말한다. 사람이 관리자 화면을 클릭하는 대신, AI에게 “미달 글 목록 뽑아줘”라고 말하면 AI가 사이트에 직접 물어보고 답하는 구조다.
핵심은 MCP가 “얼마나 많은 일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신 해주느냐에 따라 사람의 역할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건 휴먼인더루프의 관점과 정확히 맞물린다 — 사람이 매 단계 개입하다가, 감독만 하다가, 결국 최종 승인만 남기는 쪽으로 옮겨간다. 아래 3단계가 그 이동의 실제 사례다.
1단계 — 워드프레스 MCP가 없을 때: 전부 손으로
MCP를 붙이기 전에는 모든 게 관리자 화면 클릭이었다. 글 하나를 발행하고 SEO 점수를 확인하려면 편집기를 열어 오른쪽 패널을 봐야 했다. 100편의 점수를 훑으려면 100번 들어갔다 나와야 했다. 착신 링크(다른 글이 이 글을 가리키는 수)를 파악하려면 글 목록 화면을 통째로 브라우저에 띄워 HTML로 저장한 뒤, 그걸 파싱하는 스크립트를 따로 돌렸다.
기술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REST API를 직접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인증 토큰을 챙기고, 엔드포인트를 외우고, 응답 JSON을 손으로 헤집는 노동이다. 자동화라기보다 “노동의 종류가 바뀐 것”에 가깝다.
이 단계에서 사람은 실행자다. AI에게 시킬 방법이 없으니, 판단도 사람이 하고 클릭도 사람이 한다. 블로그가 커질수록 이 노동은 선형으로 늘어난다.
2단계 — 기성 워드프레스 MCP: CRUD가 통째로 넘어간다
워드프레스에는 이미 만들어진 MCP 연결이 있다. 플러그인으로 MCP 어댑터와 능력(ability) 세트를 깔면, AI가 글 생성·조회·수정, 카테고리·태그 읽기, SEO 메타 쓰기 같은 기본 작업(CRUD)을 바로 할 수 있다. 여기서 첫 번째 도약이 일어났다.
관리자 화면을 클릭하던 일이 대화로 바뀌었다. “이 초안을 임시저장으로 올려줘”라고 하면 AI가 올린다. “태그 목록 보여줘”라고 하면 사이트에서 실측값을 가져온다. 클릭 노동이 사라지고, 사람은 “무엇을 할지” 판단하는 쪽으로 물러난다.
그런데 기성 도구에는 구멍이 있었다. 기성 능력 세트는 “일반적인” 작업을 덮지, 내 블로그의 고유한 반복 작업까지 덮지는 않는다. 실제로 부딪힌 구멍은 이랬다.
| 하고 싶은 일 | 기성 MCP의 한계 |
|---|---|
| 전 글 SEO 점수 일괄 감사 | 글을 페이지 단위로 넘기며 반복 조회해야 함 |
| 발행 직후 검증 | 글 조회 + 메타 조회를 여러 번 왕복 |
| 착신 링크 수 파악 | 대응 능력이 없음 → 여전히 관리자 HTML 수동 저장 |
| 캐시 비우기 | 대응 능력이 없음 |
| 태그 이름변경·삭제 | 대응 능력이 없음 → 관리자 화면 수동 |
즉 2단계는 “많은 일이 넘어갔지만, 딱 내 사이트에 필요한 몇 가지는 여전히 사람 몫”인 상태다.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크게 줄긴 했어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3단계 — 커스텀 워드프레스 MCP: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든다
여기서 판이 바뀌었다. 워드프레스 6.9부터 들어온 Abilities API 덕분에, 워드프레스가 할 수 있는 일을 PHP로 정의하면 그게 곧바로 AI의 MCP 도구가 된다. 기성 도구를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내 블로그의 반복 작업을 겨냥한 도구를 직접 만들어 붙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건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이 말하는 “도구를 쥔 사람이 도구까지 만든다”의 구체적인 실현이었다.
2단계에서 발견한 구멍들을 하나씩 코드로 메웠다. 전 글 SEO 점수를 한 번에 돌려주는 감사 도구, 발행 직후 필요한 검증 필드만 한 콜로 반환하는 도구, 블록 마크업을 망가뜨리지 않고 본문을 고치는 도구, 캐시를 한 콜로 비우는 도구, 착신 링크 수를 라이브로 얹어주는 목록 도구, 백틱이 박힌 지저분한 태그 이름을 한 콜로 바로잡는 도구. 앞 표의 다섯 구멍이 전부 막혔다.
체감은 이렇게 바뀌었다.
| 작업 | 커스텀 MCP 이전 | 커스텀 MCP 이후 |
|---|---|---|
| 착신 링크 파악 | 관리자 HTML 저장 → 파싱 스크립트 | 목록 도구 1콜 |
| 발행 검증 | 조회 + 메타 조회 왕복 3회 | 검증 도구 1콜 |
| 태그 청소 | 관리자 화면 전건 수동 | 이름변경 도구 1콜 |
| 캐시 비우기 | 관리자 메뉴 수동 | 퍼지 도구 1콜 |
이 단계에서 사람에게 남는 일은 두 가지로 압축됐다. 코드를 쓰는 일(이건 AI가 하고 사람은 방향을 준다)과, 그 코드를 활성화하는 일(사람이 토글 하나 누른다). 나머지 실행은 전부 대화 한 줄로 끝난다.
도구가 풍성해질수록 사람이 물러난다
워드프레스 MCP 3단계를 관통하는 규칙은 단순하다. MCP가 풍성하고 안정적일수록 사람이 개입할 여지는 줄어든다. 1단계에서 사람은 실행자였고, 2단계에서 판단자로 물러났고, 3단계에서는 승인자만 남았다. 도구가 늘어난 만큼 손이 빠진 자리가 정확히 대응된다.
여기서 한 가지 경계는 분명히 지켰다. 사람이 관문으로 남아야 하는 지점 — 실제 발행, 코드 활성화, 카테고리 스키마 결정 — 은 자동화하지 않았다. AI가 자기 도구의 코드를 스스로 바꾸고 켜는 구조는 위험하다. 그래서 “코드 작성은 AI, 활성화는 사람”이라는 선을 그었다. 사람이 물러나는 것과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다르다. 잡일에서 물러나되, 판단과 최종 책임에는 남는다. 이 관점은 AI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역할과 같은 맥락이다.
MCP 자체가 궁금하다면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공식 문서에서 규약의 원형을 볼 수 있다. 다만 이 글의 핵심은 규약이 아니라, 그 규약 위에서 도구를 얼마나 갖추느냐가 사람의 노동량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핵심 요약
- 워드프레스 MCP의 성숙도는 3단계로 나뉘고, 단계가 오를수록 사람의 개입은 줄어든다.
- 1단계(MCP 없음)는 클릭·REST 수동 노동, 2단계(기성 MCP)는 CRUD 자동화, 3단계(커스텀 MCP)는 내 블로그 전용 도구까지 직접 제작.
- 워드프레스 Abilities API 덕분에 PHP로 정의한 기능이 곧바로 AI의 MCP 도구가 된다 — 기성 도구의 구멍을 직접 메울 수 있다.
- “코드 작성은 AI, 활성화·발행은 사람”의 경계를 유지하면, 사람은 잡일에서 물러나되 판단에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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